2025년 하반기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 투자자는 늘고 시장은 식었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이 다시 뜨거워지는 듯 보이지만, 숫자를 뜯어보면 표정은 꽤 복합적입니다. 금융정보분석원과 금융감독원이 2026년 3월 공개한 「2025년 하반기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이용자 수와 원화예치금은 늘었지만 거래규모·영업이익·시가총액은 모두 줄었습니다.
겉으로는 “관심은 살아 있는데 시장 체력은 약해진 상태”에 가깝습니다. 오늘은 이 자료를 바탕으로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현재 온도와, 일반 투자자가 꼭 읽어야 할 시사점을 정리해보겠습니다.
왜 이 자료가 중요한가
이번 조사는 2025년 말 기준 국내 신고 가상자산사업자 전체를 대상으로 이뤄졌습니다. 즉, 일부 거래소만 본 것이 아니라 국내 제도권 가상자산 시장 전반의 흐름을 확인할 수 있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 조사 대상: 총 27개 사업자
- 거래소 18개사
- 지갑·보관 사업자 9개사
- 비교 구간: 2025년 상반기 vs 2025년 하반기
정책 발표나 업계 홍보 문구보다 이런 실태조사가 더 중요한 이유는, 실제 이용자·예치금·거래량·영업이익 같은 현금성 지표를 함께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핵심 숫자 한눈에 보기
1) 사람은 늘었다
2025년 하반기 국내 거래가능 이용자 계정은 1,113만 개로 집계됐습니다. 상반기 1,077만 개 대비 36만 개(+3%) 늘었습니다.
시장이 강세장도 아니었는데 이용자가 늘었다는 건 의미가 큽니다. 신규 진입자 유입이 이어졌거나, 휴면 성격의 계정이 다시 활성화됐을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2) 대기 자금도 크게 늘었다
원화예치금은 상반기 6.2조 원에서 하반기 8.1조 원으로 1.9조 원(+31%) 증가했습니다.
이 수치는 꽤 흥미롭습니다. 단순히 투자 열기가 높아서라기보다, 투자자들이 당장 매수하지는 않더라도 시장 기회를 보기 위해 현금을 거래소 안에 대기시켜 둔 상태로 읽을 수 있습니다. 변동성이 큰 장에서 “언제든 들어갈 준비를 한 자금”이 늘어난 셈입니다.
3) 그런데 거래는 줄었다
일평균 거래규모는 상반기 6.4조 원에서 하반기 5.4조 원으로 15% 감소했습니다.
사람도 늘고 돈도 들어왔는데 거래는 줄었다는 건, 투자 심리가 공격적이라기보다는 관망형에 가까웠다는 뜻입니다. 즉, 관심은 높지만 확신은 부족했던 시장입니다.
4) 거래소 수익성도 악화됐다
거래소 영업이익은 상반기 6,178억 원에서 하반기 3,807억 원으로 38% 감소했습니다.
거래소는 본질적으로 거래대금의 영향을 크게 받습니다. 거래량이 줄면 수수료 수익도 같이 꺾이기 때문에, 이 수치는 하반기 시장 분위기가 실제로 얼마나 냉랭했는지를 보여줍니다.
5) 시가총액도 줄었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 시가총액은 상반기 95.1조 원에서 하반기 87.2조 원으로 8% 감소했습니다.
가격 하락이 이어진 결과입니다. 결국 하반기 시장은 “유입은 있지만 성과는 약한 장”이었다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원화마켓 쏠림은 여전했다
이번 조사에서도 국내 시장은 여전히 원화마켓 중심 구조였습니다. 코인마켓보다 원화마켓의 영향력이 압도적이었고, 시장의 체감 온도 역시 대부분 원화마켓에서 결정됐습니다.
원화마켓
- 국내 시가총액 대부분을 차지
- 시가총액 감소
- 거래규모 감소
- 영업이익 감소
코인마켓
- 전체 시가총액 비중은 매우 작음
- 시가총액은 줄었지만
- 거래규모는 오히려 증가
- 영업적자 폭은 축소
이 대목이 중요합니다. 원화마켓은 시장 전체 흐름을 좌우하는 본진이고, 코인마켓은 규모는 작지만 일부 투기적·전략적 수요가 움직이는 공간으로 볼 수 있습니다. 즉, 국내 투자자 입장에서는 여전히 원화마켓 동향이 가장 중요하지만, 시장 주변부에서는 다른 실험과 거래 흐름이 분명히 살아 있다는 뜻입니다.
자금 이동 방식도 바뀌고 있다
이번 자료에서 특히 눈여겨볼 부분은 외부 이전, 즉 코인을 거래소 밖으로 보내는 흐름입니다.
- 총 외부 이전 금액: **101.6조 원 → 107.3조 원 (+6%)**
- 트래블룰 적용 금액: **20.2조 원 → 15.6조 원 (-23%)**
- 화이트리스트 적용 이전 금액: **78.9조 원 → 90.0조 원 (+14%)**
이 숫자는 단순 통계 이상입니다.
트래블룰 이전은 줄었다
트래블룰은 국내 신고 사업자 사이에서 일정 금액 이상 이전할 때 송·수신인 정보를 확인하는 제도입니다. 이 금액이 줄었다는 것은, 국내 제도권 거래소 사이의 자금 이동 비중이 낮아졌다는 의미입니다.
화이트리스트 이전은 늘었다
반면 화이트리스트 기반 이전이 늘었다는 것은, 투자자들이 개인지갑이나 해외사업자 쪽으로 자산을 더 많이 이동시켰다는 뜻입니다.
이 흐름은 몇 가지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1. 해외 플랫폼이나 온체인 서비스 활용 수요 증가
2. 장기 보관을 위한 개인지갑 선호 확대
3. 거래소 리스크 분산 심리 강화
4. 국내 거래소 안에서만 머물지 않는 투자 행태 확산
즉, 국내 투자자들이 점점 더 거래소 중심 투자자에서 자산 운용형 투자자로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습니다.
지갑·보관 사업자는 더 힘들었다
지갑·보관 사업자는 이용자 수는 소폭 증가했지만, 수탁 자산 가치가 크게 줄면서 상황이 악화됐습니다.
- 총 수탁고: **7,000억 원 → 3,000억 원 (-58%)**
- 영업손실: **118억 원 → 151억 원 (손실 확대)**
이 부문은 특히 가격 하락의 영향을 직접 받습니다. 자산 가격이 떨어지면 보관 규모의 평가금액 자체가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결국 시장 약세 국면에서는 거래소보다도 더 빠르게 체력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일반 투자자가 꼭 봐야 할 5가지 포인트
1) 시장이 죽은 건 아니다
거래량과 시가총액은 줄었지만 이용자와 예치금은 늘었습니다. 완전히 관심이 꺼진 시장이라면 나올 수 없는 숫자입니다. 즉, 잠재적 대기 수요는 여전히 크다는 뜻입니다.
2) 돈은 들어왔지만 확신은 약했다
예치금이 늘었는데 거래가 줄었다는 건, 투자자들이 공격적으로 매매하기보다 기회를 기다리는 태도를 취했다는 의미입니다. 앞으로 시장 반등이 오면 이 대기 자금이 빠르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3) 국내 시장은 여전히 원화마켓이 핵심이다
많은 투자자가 글로벌 이슈를 보더라도 실제 체감은 국내 원화거래소에서 결정됩니다. 수수료 정책, 상장 정책, 보안 이슈, 예치 서비스 변화 같은 요소를 계속 체크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4) 자산 이동의 중심이 거래소 밖으로 확장되고 있다
화이트리스트 이전 증가 흐름은, 투자자들이 단순 매매를 넘어 보관·운용·분산 전략까지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신호입니다. 다만 이럴수록 개인지갑 관리, 주소 검증, 피싱 방지 같은 기본 보안 역량이 훨씬 중요해집니다.
5) 거래소 숫자보다 체력이 중요해졌다
영업이익 감소는 결국 시장 약세 구간에서 거래소 간 체력 차이가 벌어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단순히 익숙한 앱을 쓰는 것을 넘어, 유동성·보안·내부통제·출금 안정성까지 함께 보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Softlife의 한 줄 해석
이번 실태조사는 국내 가상자산 시장이 다시 과열로 가는 장면이 아니라, 관심은 유지되지만 신중함이 강해진 전환 구간에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사람은 늘고 자금도 들어왔지만, 실제 거래는 줄고 수익성은 악화됐습니다. 즉, 시장 참여자는 많아졌지만 모두가 확신을 갖고 달린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런 구간에서는 유행어보다 현금흐름, 거래량, 예치금, 자산 이동 경로 같은 기초 데이터를 읽는 사람이 더 유리합니다.
가상자산 시장을 볼 때 이제는 단순 가격만 볼 게 아니라,
- 누가 들어오고 있는지
- 자금이 어디에 대기하고 있는지
- 거래소 안에서 도는지 밖으로 나가는지
- 사업자 체력이 유지되는지
를 같이 봐야 합니다.
강세장은 뉴스가 만들지만, 생존은 숫자를 읽는 사람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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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금융정보분석원·금융감독원, 「2025년 하반기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 결과」, 2026-03-25 발표